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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 어디서 시작하는가

공부의 시작은 진단이다

문제집이 아니라, 막힌 개념에서

“구멍 난 자리를 모르고 진도만 나가면, 그 구멍 위에 새 개념을 쌓는 셈입니다.”

3 / 7장 · 읽는 데 약 5분

안녕하세요. 수학에 심장을 달다(수심달) 대표원장 이정환입니다.

한 장면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중3 자녀가 함수 단원에서 또 무너집니다. 시험지를 펼쳐 놓고 “이건 분명히 풀었던 건데”라며 연필을 내려놓는 한 장면. 부모님은 함수 문제집을 한 권 더 사 옵니다. 더 많이, 더 늦게까지. 그런데 다음 시험에서도 함수는 또 무너집니다.

왜 그럴까요. 자녀가 막힌 자리는 함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공부는 ‘지금 어느 문제집을 푸느냐’로 시작점을 정합니다. 학년이 정해지면 문제집이 정해지고, 문제집이 정해지면 진도가 정해집니다. 깔끔해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엔 한 가지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같은 학년이면 출발선도 같다.”

현실은 다릅니다. 같은 학년이어도 막힌 자리는 제각각입니다. 어떤 아이는 분수에서, 어떤 아이는 일차방정식에서, 어떤 아이는 그래프를 좌표로 옮기는 그 순간에 멈춰 있습니다. 진짜 시작점은 ‘몇 학년 문제집’이 아니라 ‘자녀가 어느 개념에서 막혀 있는가’입니다.

A는 진도부터 빼는 공부입니다. B는 막힌 개념부터 메우는 공부입니다. 둘은 한 학기 뒤에 전혀 다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왜 진단이 먼저여야 할까요?

교육학에는 오래된 답이 있습니다. 블룸(B. Bloom)의 숙달학습(Mastery Learning), 그리고 거스키(Guskey)의 후속 연구입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선수 개념을 진단(diagnosis)하고 빈 곳을 보완하면, 거의 모든 학생이 목표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블룸은 Human Characteristics and School Learning에서 출발점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고 보았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이렇습니다. 구멍 난 자리를 모르고 진도만 나가면, 그 구멍 위에 새 개념을 쌓는 셈입니다. 모래 위에 벽돌을 올리는 일입니다. 한두 층은 버팁니다. 그러나 언젠가 무너집니다.

중3의 어려움은 중3에서 시작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함수가 무너진 아이를 진단해 보면, 사실은 중1 일차방정식과 중2 일차함수의 연결고리가 비어 있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위가 흔들린다고 위만 붙들면, 뿌리는 끝내 비어 있습니다.

한 학생이 그랬습니다. 중3인데 함수만 나오면 무너졌습니다. 진단해 보니 함수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중1 일차방정식에서 ‘x를 구한다’는 감각이, 중2 일차함수에서 ‘그 x와 y가 한 점이 된다’는 연결이 비어 있었습니다. 중3 함수 문제를 백 개 더 푼다고 메워질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뿌리로 내려가 그 두 칸을 메우자, 비로소 위가 단단해졌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요?

수심달이 모든 학습 앞에 ‘튼튼 통과’라는 게이트를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게이트가 묻는 것은 ‘점수가 몇 점인가’가 아닙니다. 묻는 것은 단 하나, ‘이 단원을 넘어가도 되는가’입니다. 통과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다음으로 넘기지 않습니다. 구멍 위에 벽돌을 올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한 학기를 마칠 때, 학기말 진단으로 그 자리들을 다시 한번 점검합니다. 영재고·과학고·자사고 합격생 400명+의 공부가 이 위에서 시작됐습니다.

부모님이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은 작지만 분명합니다. 자녀에게 “지금 어디까지 확실해?”라고 물어보십시오. 점수를 묻는 질문이 아닙니다. 막힌 자리를 함께 찾아내고, 그 자리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진짜 공부가 시작됩니다.

한 줄 정리

공부의 시작점은 ‘몇 학년 문제집’이 아니라 ‘어느 개념에서 막혀 있는가’입니다. 막힌 자리를 모르고 쌓아 올린 진도는 언젠가 무너지고, 막힌 자리부터 메운 공부는 끝내 단단해집니다.

자녀의 막힌 한 자리를 찾아내는 일이 자녀의 한 학기를 바꿉니다.

— 수심달 대표원장 이정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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